<머리말>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는데 우리나라는 해방이 된 지 벌써 20년이 되었것만 아직도 옛날과 다름이 없고 더욱이 우리 법의 판례조차 가려내기 곤란한 현실태는 이 나라의 참된 민주적 발전을 위하여 우려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금번 본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로서 우선 우리 대법원의 판례를 망라하여 간단한 주석을 붙여 출판하게 된 것은 의의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세아 재단의 원조로 일본서 전기 복사기를 구입하였으므로 밀렸던 20년간의 대법원판결을 수년 동안에 출판해 버리고 그 후 부터는 계속하여 매년 주석판례집을 그 해당 해에 발간해 보려고 한다.
흔히 판례법이란 영미법체계(Anglo-American Legal System)에서는 중요시되지만 대륙법체계(Roman-Civil Legal System)에 있어서는 한낱 사실의 힘 밖에 갖지 못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나 물론 이는 그릇된 견해이다. 이 두 법체계가 그 발전의 양상은 서로 달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또한 적어도 금일에 있어서는 양자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또한 흔히 영미법체계하에 있어서는 법조인 양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판례의 분석 및 검토함에 있지만 대륙법체계하에 있어서는 판례연구는 실무에 종사한(독일에 있어서는 Referendar 가 된) 이후부터나 중요성을 띄우게 된다고 보고 있으나 이도 역시 그릇된 견해이다. 원래 독일에 있어서 대학교수는 최근까지 고급재판소판사를 겸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금일에 있어서도 대학교육에 있어서 판례연구가 강요되고 있고 최근에는 판결이 법제정력(Rechtserzeugende Kraft)을 가짐에 대하여 의심하는 자는 거의 없게 되었다. 사실상 엄격히 따지면 한 나라의 법이란 추상적인 육법 기타의 제정법을 의미함이 아니라 판례를 통하여 나타나는 구체적인 사실과 결부된 규범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른바 육법 기타의 법규정은 정책과학이론(policy science approach)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한낱 규범애매성 (normative ambiguity)을 갖고 있어 구체적인 의미를 그 속에서 찾을 수 없고 의미가 수반되지 않는 명제를 강제성을 띈 규범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 있어서 대륙법계에 속하는 한국에 있어서도 판례의 분석 및 연구 이상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가장 중요성을 가진 법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나라의 판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반드시 용이한 문제가 아니다. 판례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통일이 되지 않았고 또한 상당한 변천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른바 영미법체계(Anglo-American Legal System)에 있어서는 고급심의 판결을 구체적 사건에 대한 기판력뿐만 아니라 이른바 구속력(binding force)까지 생기어 하급심 재판소는 이를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생기는데 반하여, Pandekten-System을 계승한 독일법 및 이를 또 다시 계승한 한국에 있어서는 반드시 하급심 재판관은 상급심 판결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가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Pandekten-System하에 있어서도 적어도 최고재판소판결이 여러번 반복되어 이른바 「확립된 판례」(Ständige Rechtssprechung)를 형성하게 된 이후에는 하급심 재판소는 물론 법적으로 이를 따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이차대전 이후 독일에 있어서는 점차 영미법의 영향을 받아 재판소에 의한 법제정이 더욱 과감하게 발전됨으로 인하여 판례의 중요성이 더욱 close-up되어 가고 있다. 좀더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법규범이란 사실관계를 떠나서는 무의미하다. Pandekten-System은 tabula rasa로서의 법전을 사실에서부터 분리·추상하여 놓았지만 결국 법은 사실과 결부되어 있는 사건 속에서만 그 구체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점이 많다.
무엇이 이른바 구속력을 가지는 판례이며 또 혹은 단순한 한 판결에 불과한 것인지 또는 이른바 판결이유(ratio decidendi)와 방론(obiter dictum)을 구별할 수 있는지 혹은 반드시 구별하여야 하는지, 또 혹은 중요한 사실(material facts)에 대한 판단부분이 아닌 이른바 방론이라도 거듭 표현되어 [확립된 판례」로서 수립될 수 있는 것인지 등등 허다한 문제가 놓여 있다. 이 판례집에서는 시간관계상 또는 여러가지 여건의 제약을 받은 관계상 모든 문제를 그냥 남겨두고 오직 간단한 서술(description)과 주석(annotation)에만 그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판례집의 model은 American Law Reports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서적 기타의 여건 때문에 일본의 판례체계도 큰 참고가 된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금년은 속히 해를 넘기기 전에 책이 출판되어야 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소홀하게 된 것을 퍽 유감으로 생각한다. 우선 이 판례집에서는 판례에 대한 비판은 피하고 순전히 무엇이 있는가를 소개하는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으므로 자연히 주석도 description에 불과하게 되고 그나마 불완전하게 된 것을 법조계 선배 제위께 퍽 미안하게 생각한다. 우선 미비하나마 제일권을 출판함으로서 법조계 여러 선배들의 비판을 받은 후 다음호 부터는 좀더 내용이 충실한 판례집이 되도록 힘써 보려고 한다.
범례에서도 설명되어 있는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3종으로 나누어 A형의 Case에는 사실도 적었지만 대개 사실이 판결문에 나타나지 않는 우리 대법원 판결 중에서 사실을 찾아내는 일이 용이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원심판결 심지어는 제1심판결까지 찾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많었으므로 이러한 점에 대한 난점과 앞으로의 문제점도 명심해두고 앞으로 연구해 보아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금번호는 대단히 소잡하게 된 채로 출판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어 죄송되히 생각하나 이런 지극히 적은 판례편찬사업을 통하여 요행으로 이 나라에 있어서의 판례연구가 더욱 왕성하여지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 나라 법학연구의 참된 융성이 초래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판례집은 가능한 한 한글로 통일하도록 노력하려고 하는 점을 제위에게 말하여 두고 싶다. 한글이 우리나라의 공용어라는 의미에서만 아니라 이 나라의 문화를 한글로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근거에서 금년에는 완전히 실현되지 못하였지만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노력하여 수년 후에는 완전한 한글로서 표현될 수 있기를 무망한다. 그리고 이 붓을 놓기 전에 한 가지 꼭 언급하여야 할 것은 아세아재단 및 동 한국지부 대표자 David Steinberg씨, 음으로 양으로 많은 조력을 아끼지 않으신 Dr. Jay Murphy 및 기타 외국인사 또는 국내 여러 법조인사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는 사실이다. 위 분들의 도움이 없이는 이 책의 출판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비판과 편달을 주실 것을 삼가 고대하면서.
1965년 12월
소장 유기천
<범 례>
1. 주석 한국판례집을 편찬함에 있어 우리 연구소에서는 년차적인 계획을 세워 그 제1차년도인 금년에는 1945년부터 1950 년 사이의 판례를 제1권으로 발간하면서 점차 단계적으로 계속 추진하기로 하였다. 우선 해방 이후의 대법원 판결과 결정만을 수록의 범위로 하고 이를 빠짐없이 망라하여 다루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소에서는 현재 대법원과 대검찰청에 소장된 판결원본집을 오랜 시일에 걸쳐 복사기로 완전히 복사하였다.
2. 편집에 있어서는 먼저 사건의 경, 중에 따라 세가지 형으로 유별하였음을 밝혀야 하겠다. 즉 자못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건은 A형이라하여 (1) 判示事項, (2) 判決要旨, (3) 事實 또는 上告理由, (4) 判決理由, (5) 참조조문, (6) 주 등의 여섯가지 단계로 분석 연구하고, 평범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사건을 B형이라 하여 (1) 判事項, (2) 判決要旨, (3) 上告理由 내지 判決理由, (4) 참조조문의 네 단계로 분석 검토하였으며 의의가 적어 수록할 가치가 없는 사건은 C형으로 하여 각각 判示事項과 참조조문만으로 분류한 후 이 책의 끝에 부록으로 정리, 게재하는 것에 그쳤다.
3. 判示事項은 각 해당판결의 난 밖으로 내어놓고 사건의 표시는 원칙적으로 선고년월일과 사건번호 및 관여법관의 성명을 2행으로 적어 判決要旨의 밑에 게재하였다. 그리고 上告理由 내지 判決理由는 판결원본의 문언을 그대로 옮겨쓰고 判示事項과 判決要旨는 판결원본을 토대로 하여 갖추리되 되도록 원본의 어려운 문투들을 피해가면서 쉬웁고도 시대적인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주(註)는 가급적 주관성을 띄운 평석이 아니되도록 유의하여 해당 판결과 관련된 국내외의 판례, 학설 및 참고 문헌을 적시함으로써 객관적인 범주에 머물도록 노력하였다.
그리고 특기할 것은 머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 연구소의 판례집 편찬에 있어 하나의 특징적인 지침으로 전면적인 한글의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우렸다는 사실이다. 금번 발간되는 제1집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부드기 한자를 한글과 혼용하였으나 그것도 명백한 법률용어에 한정되도록 노력하였으며, 앞으로는 모든 방해여건을 극복하여 완전한 우리 글로 통일할 방침이다.
4. 판례집의 민사편과 형사편이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완전한 일치를 보지 못한 점에 대하여 독자의 양해를 얻고자 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형사법의 특수한 성질, 및 오랜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어 좀 더 나은 판례집을 만들려는 의욕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그 차이점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 각 사건마다 그 사건을 대표하는 key number 를 정하여 2행으로 표시된 선고년월일 등(判決要旨의 밑)의 앞에 적시하였다. key number 를 정하는 표준에 관하여는 논란이 많았으나 사건의 선고년월일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아가도록 확정되었으며, 이것은 본 판례집의 최후에 있는 색인과 유기적인 연락을 시도함으로써 다면적인 효율성을 갖게 될 것이다. 「예컨대 한법연 형판 No. 7」이라고 인용되는 경우 단순히 조문에 따라 배열된 판례집의 모순을 극복하여, 같은 조문에 수록된 허다한 판례 중 정확히 어떠한 판례를 지칭하는 것인가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장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나) 피고인,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자의 성명을 적기하지 아니함으로써 행여 초래될지도 모르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예를 들어 金一男이라는 성명을 金○男으로 표기한 것이다.
(다) 그 형식에 있어 체제상의 통일을 기하는 것 보다 실질적인 독자의 편의를 중시하여 사건에 따라서는 원심판결 전문을 수록하였고, 결정에 중요한 논점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의 전문 역시 수록하였다. 다만 원심판결의 수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건의 경우에도 6.25 사변으로 인한 소실 등의 원인으로 그 수록이 불가능하게 된 점에 관하여는, 많은 기대와 요청을 표시한 학계, 실무계 인사와 더불어 유감을 표시하는 바이다.
5. 이와 같이 하여 정리된 원고는 법전의 조문 순서에 따라 배열하여 나아가면서 관계법조를 판결의 모두에 놓았다. 또한 제 1차사업년도에 한하여 그 다루게 된 분량관계로 각 법 분야마다 별책으로 편집하지 않고, 민법 민사소송법 및 그 부속법규에 관한 판결례를 민사법 한 책으로 통합 수록하고 형법, 형사소송법 및 그 부속법규에 관한 case들을 형사법 한 책으로 묶어 간행키로 하였음을 부기한다.
6. 전술한 C형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하여 편집관계자간에 논쟁이 있었으나,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대법원에 의하여 이루어 진 모든 판결, 결정을 다룬다는 본 연구소의 이념에 따라 필요사항의 기재와 함께 판례집의 부록에 수록하였다. 이러한 방침은 대법원에 계류되었던 모든 사건을 소개하였다는 의의 외에도 독자에게 필요한 경우 훌륭한 통계자료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A, B 형 에 관하여서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독자의 판단에 따라 해석상의 유연성을 가질 것이나 C형에 한하여서는 그 사건이 본문에 수록되지 아니하는 까닭에 편집위원들의 엄정한 검토를 거쳐 결정되었음을 밝혀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독자 제위는 본 판례집에 있어 당연히 수록되었어야 할 사건 (이른바 A, B형)이 누락된 경우를 상상하지 아니하여도 좋다고 믿는다.
7. 판례집의 본문에 수록된 사건들의 색인을 가능한 한 자세하게 작성하여 책의 말미에 첨부하였다. 색인에는 key number, 선고년월일, 사건번호, 형(type), 사건을 수록한 조문 및 page 를 key number (즉 선고년월일 순)으로 수록하였는데 본문이 조문에 따른 횡적 연결을 시도한 것이라면 이 색인은 사건의 종적 연관을 시도하여 독자의 편의에 이바지한 것이라 하겠다. 다만 전술한바와 같이 형 (type)에 한하여서는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어해설]
大判………………大法院判決
大決………………大法院決定
<차 례>
형 법 편
제1편 總 則
제1장 刑法의 適用範圍
제2장 罪
제1절 罪의 成立과 刑의 減免
제2절 未遂犯
제3벌 共 犯
제4절 累 犯
제5절 競合犯
제3장 刑
제1절 刑의 種類과 輕重
제2절 刑의 量定
제3절 刑의 執行猶豫
제2편 各 則
제5장 公安을 害하는 罪
제7장 公務員의 職務에 관한 罪
제8장 公務妨害에 관한 罪
제12장 信仰에 관한 罪
제13장 放火와 失火의 罪
제15장 交通妨害의 罪
제18장 通貨에 관한 罪
제24장 殺人의 罪
제25장 傷害의 暴行의 罪
제32장 貞操에 관한 罪
제34장 信用, 業務와 競賣에 관한 罪
제38장 窃盜외 强盜의 죄
제40장 橫領과 背任의 罪
제42장 損壞의 罪
형 사 소 송 법 편
제1편 總 則
제1장 法院의 管轄
제5장 裁判
제6장 書類
제9장 被告人의 召喚, 拘束
제13장 鑑定
제2편 제1심
제3장 公判
제1절 公判準備와 公判 節次
제2절 證據
제3절 公判의 裁判
제3편 上 訴
제1장 通則
제2장 抗訴
제3장 上告
제4편 特別訴訟節次
제2장 非常上告
특 별 법 편
소년법
軍政法令
布 告
赦 免 法
國家保安法
暴利行爲 등 取締規則
<편집위원>
高秉國 慶熙大大學院長
郭潤直 서울法大副敎授
金箕斗 서울法大學長
金曾漢 서울法大敎授
金 辰 서울法大副敎授
朴成大 辯護士
方順元 大法院判事
徐燉珏 서울法大敎授
劉基天 서울大總長
李時潤 서울法大助敎授
李英燮 大法院判事
李恒寧 前高大法大敎授
鄭榮錫 延世大政法大教授
鄭暢雲 東國大法政大學長
朱宰璜 서울民事地法院長
崔鍾吉 서울法大助敎授
<편집보조위원>
金裕盛 李壽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