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1997년에 성안한 「국제도산에 관한 모델법(CBI 모델법)」으로 외국도산절차를 승인하고 이를 지원하는 국제도산체계가 확립된 지 2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CBI 모델법은 승인대상인 외국도산절차(foreign proceedings)의 의미와 가능한 구제조치(relief)의 범위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이에 그 적용범위를 둘러싸고 주요국가의 실무가 충돌하였다. CBI 모델법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채무조정안에 대한 인가결정이나 면책결정의 승인・집행까지 구제조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미국실무와 Gibbs Rule, Dicey Rule을 기초로 CBI 모델법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여 절차적 사항만을 구제조치로 처리하도록 한 영국실무의 대립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실무충돌을 해결하고 CBI 모델법을 보완하기 위해 UNCITRAL은 2018년에 「도산관련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모델법(IRJ 모델법)」을 새로 성안하였다. 이는 외국도산절차가 아니라 ‘외국도산절차를 구성하는 개별재판’을 승인・집행하는 「도산절차에 관한 유럽연합 규정(EU도산규정)」의 방식을 따랐다는 데에 그 특색이 있다. 나아가 도산관련재판(Insolvency- Related Judgments)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 승인・집행 거부 사유를 제한함으로써 폭넓고 원활한 사법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였다.
이에 이 책에서는 CBI 모델법의 주요내용과 실무충돌이 발생하는 지점을 먼저 확인하고 CBI 모델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미국과 영국의 실무를 비교한 다음, 도산관련재판에 관한 국제규범 동향을 IRJ 모델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편(국제도산)의 신설을 통해 CBI 모델법을 받아들여 실무충돌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황 및 IRJ 모델법 채택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특히 UNCITRAL이 영국대법원의 Rubin 판결과 함께 CBI 모델법의 주요사례로 지목한 대법원 2010. 3. 25. 자 2009마1600 결정을 분석하고, 위 대법원 결정의 취지를 오해하여 속지주의(屬地主義, Territorialism)로 회귀하는 실무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 하급심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논지로 작성된 필자의 법학박사학위 논문인 “국제도산에서 도산절차와 도산관련재판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연구”(서울대학교 대학원, 2022년 2월)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국제사법/국제거래법을 공부해보겠다고 나선 석사과정 시절부터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국제도산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하고 이끌어주신 석광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교수님의 지도와 가르침 덕분에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해상, 보험, 중재, 도산 등 다양한 국제거래 분야 사건을 두루 경험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또한, 학위논문 심사과정에서 필자에게 힘이 되는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전원열 교수님, 정순섭 교수님, 김인호 교수님, 정영진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교수님들의 따뜻한 애정 덕분에 두서없던 글이 조금이나마 정리될 수 있었다. 필자의 학위논문이 출간될 수 있도록 법학연구총서로 선정해주신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와 이 책을 출판해주신 경인문화사 및 그 편집담당자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함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그 누구보다도 이 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필자를 항상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이 글을 바친다. 갑작스런 두 차례의 수술을 받으시는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필자를 격려해주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간호하시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꼼꼼히 교정 작업을 도와주신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출간될 수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항상 필자를 응원하고 지켜봐 주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필자에게 용기와 열정이 샘솟을 수 있도록 무한한 힘을 주는 사랑하는 아내 영지와 두 아들 동건이, 도헌이에게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필자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여러 선생님과 선배님들께 진 빚을 갚아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후속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연구할 것을 다짐해본다. 이 글을 통해 도산관련재판의 승인・집행을 포함한 국제도산 전반에 관한 논의가 보다 활성화되고, 유의미하고 발전적인 후속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차 례>
서 문
약어표
제 1 장 서 론
제1절 연구의 배경
Ⅰ. CBI 모델법의 적용범위를 둘러싼 갈등
Ⅱ. 주요국가 실무의 충돌양상
Ⅲ. 대법원 2009마1600 결정이 초래한 우리나라의 상황
제2절 연구의 목적
Ⅰ. 실무충돌 해결의 필요성
Ⅱ. UNCITRAL의 IRJ 모델법 성안
Ⅲ. 법원 간 공조를 통한 해결의 한계
제3절 연구의 범위 및 방법
제4절 논의의 순서
제 2 장 CBI 모델법의 주요내용 및 실무충돌 지점
제1절 CBI 모델법의 주요내용
Ⅰ. CBI 모델법의 목적과 취지
Ⅱ. CBI 모델법 채택국의 증가
Ⅲ. EU도산규정과의 비교
Ⅳ. 우리나라의 CBI 모델법 도입
제2절 실무충돌 지점
Ⅰ. CBI 모델법상의 승인/지원 대상
Ⅱ. 회생계획인가 또는 면책재판 등에 대한 취급
Ⅲ. 부인소송에 대한 취급
제3장 CBI 모델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미국의 입장
제1절 미연방파산법원의 전향적(前向的) 태도
Ⅰ. 추가적인 구제조치(additional relief)로서의 제1521⒜⑺
Ⅱ. 추가적인 지원(additional assistance)으로서의 제1507조
Ⅲ. 채무조정안 및 그 인가재판에 대한 폭넓은 승인・집행
제2절 채무조정안 및 그 인가결정 등에 대한 대내적 효력부여 사례
Ⅰ. 캐나다 CCAA 절차에서 수립된 Plan 등에 대한 취급
1. CCAA 절차에서 수립된 Plan의 성질
2. U.S. Steel Canada 사안
3. Metcalfe 사안
4. Sino-Forest 사안
Ⅱ. 영국 SOA에서 수립된 Scheme 등에 대한 취급
1. 영국 SOA에서 수립된 Scheme의 성질
2. Avanti 사건
3. Lehman Brothers International(Europe) 사건
Ⅲ. 프랑스 보호절차에서 수립된 보호계획(Plan de sauvegarde) 등에 대한 취급
1. 프랑스 보호절차에서 수립된 보호계획의 성질
2. CGG S.A. 사안
Ⅳ. 브라질 구조조정절차(Recuperação Judicial)에서 수립된 구조조정계획(plano de recuperação judicial) 등에 대한 취급
1. 브라질 구조조정절차에서 수립된 구조조정계획의 성질
2. Rede Energia S.A. 사안
3. Oi Brasil Energia 사안
Ⅴ. 크로아티아 특별관리절차(Postupak izvanredne uprave)에서 수립된 화해계약(Sporazum o nagodbi) 등에 대한 취급
1. 크로아티아 특별관리절차에서 수립된 채무조정계획의 성질
2. Agrokor D.D. 사안
Ⅵ. 멕시코 조정절차에서 수립된 채무조정계획 등에 대한 취급
1. 멕시코 조정절차에서 수립된 채무조정계획의 성질
2. Vitro, S.A.B. 사안
제3절 소결
Ⅰ. 외국도산절차에서 수립된 채무조정안 및 그 인가결정에 대한 폭넓은 승인・집행
Ⅱ. Condor Insurance 판결을 통한 구제조치의 범위확장
Ⅲ. IRJ 모델법에 대하여 예상되는 입장
제 4 장 CBI 모델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영국의 입장
제1절 영국의 국제도산 체계
Ⅰ. 국제도산 규범간의 관계
1. EU도산규정의 우선적 적용
2. 1986년 영국도산법 §426(4) 적용
3. CBIR 2006의 적용
4. 커먼로(Common Law)의 적용
Ⅱ. 1933년 외국재판(상호집행)법과의 관계
1. 적용범위
2. 주요내용
3. 외국법원의 관할권 여부(간접관할)
Ⅲ. 브렉시트 이후의 전망
1. EU도산규정과 브뤼셀규정의 적용배제
2. 영국의 2005년 헤이그관할합의협약 가입
3. 제안되는 대안들
제2절 영국법원의 보수적 태도
Ⅰ. 도산절차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
Ⅱ. 전통적인 법리(Gibbs Rule, Dicey Rule 등)의 유지
Ⅲ. CBI 모델법상 구제조치(relief)의 제한적 활용
제3절 Gibbs Rule과 관련하여
Ⅰ. Gibbs Rule의 확립
1. 개념 및 기능
2. Antony Gibbs 판결의 내용
3. 검토
Ⅱ. Gibbs Rule이 적용된 최근 영국사례
1. Bakrie Investindo 판결
2. Gunel Bakshiyeva 판결
Ⅲ. 미연방파산법원이 바라본 Gibbs Rule
1. Agrokor D.D. 사안에서의 판시
2. Altos Hornos 판결에서의 판시
Ⅳ. 검토
1. Gibbs Rule에 반대하는 국제적 흐름
2. Gibbs Rule의 문제점
3. COMI를 활용한 절충안 모색
제4절 Dicey Rule과 관련하여
Ⅰ. Dicey Rule 개관
1. Rule 43의 기본내용
2. 자발적 출석(voluntarily appearing)의 의미
Ⅱ. Cambridge Gas 판결
1. 사실관계
2. Cambridge Gas의 반발
3. 맨섬법원/영국법원에서의 주요판시사항
4. 검토
Ⅲ. Rubin v. Eurofinance S.A. 판결
1. 미연방파산법 제11장 절차에서의 진행경과
2. 영국법원(하급심)의 판단
3. 영국대법원의 판시사항
4. 검토
Ⅳ. New Cap Reinsurance Corporations v Members of Lloyd’s Syndicate 991 판결
1. 호주법원에서의 부인소송 진행경과
2. 영국법원 하급심(1심 및 항소심)의 판단
3. 영국대법원의 주요 판시사항
4. 검토
제5절 기타 구제조치 관련 사례들
Ⅰ. Pan Ocean 판결
1. 사실관계
2. 주요 판시사항
3. 검토
Ⅱ. HIH Casualty 판결
1. 사실관계
2. 주요 판시사항
3. 검토
제6절 소결
Ⅰ. 외국도산절차에서 이루어진 권리변경에 대한 소극적 입장(Gibbs Rule)
Ⅱ. 간접관할권의 엄격 심사에 따른 부인재판의 제한적 승인・집행(Dicey Rule)
Ⅲ. IRJ 모델법에 대하여 예상되는 입장
제 5 장 도산관련재판에 관한 국제적 입법동향
제1절 HccH에서 성안된 국제규범들과의 관계
Ⅰ. 2005년 헤이그관할합의협약
1. 채택과정
2. IRJ 모델법과의 양립 가능성
3. 도산분야에 대한 유보선언 등의 활용
Ⅱ. 2019년 헤이그재판협약
1. 채택과정
2. IRJ 모델법과의 중복적용 가능성
3. 적용이 배제되는 “도산분야”의 범위 및 유보선언 등의 활용
제2절 EU도산규정에서의 도산관련재판의 취급
Ⅰ. 도산절차를 구성하는 개별재판에 대한 승인・집행
Ⅱ. 승인대상을 둘러싼 CBI 모델법과의 비교
1. 개관
2. 도산절차 진행(course) 과정에서 내려진 재판 및 종결(closure)에 관한 재판
3. 도산절차로부터 직접 파생되었거나(deriving directly)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closely linked with) 재판
Ⅲ. 검토
Ⅳ. 관련문제(관할집중력원칙)
제3절 UNCITRAL IRJ 모델법
Ⅰ. 개관
Ⅱ. CBI 모델법과의 관계
1. 상호보완적 관계의 선언
2. IRJ 모델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도산절차개시재판”
3. Article X의 제안 및 CBI 모델법의 승인대상
Ⅲ. 도산관련재판(Insolvency-Related Judgments, IRJ)의 범위
1. IRJ 모델법상의 개념정의
2. 구체적 유형
3. 재판국에서의 유효성/집행가능성 및 불복기간 중의 취급
4. 양도가능성
Ⅳ. IRJ 모델법상 승인・집행의 요건 및 그 거부사유
1. 절차적인 요건
2. 임시조치
3. 승인・집행의 거부사유
Ⅴ. 승인・집행의 효과
1. 확장모델 혹은 동화모델
2. 실질적인 차이점
Ⅵ. 검토
제4절 영연방국가들의 예상되는 입장
Ⅰ. 캐나다의 동향
1. 영국의 SOA 절차 등 승인(Syncreon 사안)
2. 미국 부인재판의 승인・집행(Gourmet Resources 사안)
3. Dicey Rule을 벗어나려는 움직임(Beals 사안)
Ⅱ. 호주의 동향
Ⅲ. 싱가포르의 동향
제 6 장 우리나라의 실무현황 및 IRJ 모델법 채택의 필요성
제1절 외국도산절차에 대한 채무자회생법상의 지원결정
Ⅰ. 실무현황
1. CBI 모델법과의 간극을 메우려는 실무상의 노력
2. 지원결정의 현황
Ⅱ. 제한된 유형의 지원결정만 내려지는 원인
1.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및 경제주체들의 활동 수준
2. CBI 모델법상 구제조치의 제한적 수용
3. 다양한 유형의 주문이 탄력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재판실무
Ⅲ. 검토
제2절 대법원 2009마1600 결정 및 그 파급효과
Ⅰ. 사실관계
1. 소송 진행경과
2. 승인의 대상(회생계획인가결정이 아닌 ‘면책결정’)
Ⅱ. 대법원의 주요 판시사항
Ⅲ. 검토
1. 지원결정이 절차적 성질을 가지는 처분으로 제한되는지
2. 면책재판이 대립당사자간 재판에 해당하는지
3. 성립절차가 적법한 면책재판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정을 들어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지
제3절 하급심 실무례
Ⅰ. 대법원 2009마1600 결정에 대한 오해
Ⅱ. 면책재판의 승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하급심들
1. 서울중앙지법 2018나11861[미 상고 확정]
2. 수원고등 2021나18913[상고이유서부제출기각 확정]
Ⅲ. 전향적인 입장을 취한 하급심들
1. 인천지법 2016나13185(면책재판 승인사례, 미 상고 확정)
2. 서울중앙지법 2016가합2074(Article X와 유사한 입장을 취한 사례, 미 항소 확정)
3. 서울중앙지법 2018가단5167140 (CBI 모델법의 체계를 존중한 사례, 미 항소 확정)
Ⅳ. 검토-속지주의(屬地主義)로의 회귀를 벗어날 필요성
제4절 IRJ 모델법의 채택을 통한 해결 모색
Ⅰ. IRJ 모델법 채택의 필요성
Ⅱ. 해석론적 해결방안
1. 예상되는 실무의 모습
2. 불안정한 법률관계의 지속 우려
Ⅲ. 입법론적 해결방안
1. Article X를 받아들이는 방법
2. Article 제1~16조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
Ⅳ. CBI 모델법과 IRJ 모델법의 공존 및 상호관계
1. 모델법 사이의 공존 및 상호관계
2. CBI 모델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영역
3. 자동승인과 결정승인의 문제
제 7 장 결 론
제1절 CBI 모델법이 구축한 기존체계를 둘러싼 갈등
제2절 조화로운 실무 모색을 위한 IRJ 모델법의 성안
제3절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
Ⅰ. 채무자회생법의 개정(IRJ 모델법의 채택 등)
Ⅱ. 국제도산 사건의 질적 성장 모색
Ⅲ. 국제도산 실무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
1. CBI 모델법상 지원처분의 탄력적 활용
2. 모델법 간의 상호보완 및 모순・저촉 방지
3. IRJ 모델법의 조기채택을 통한 선도적 역할의 수행
제4절 결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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