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 책은 2017년 8월에 나온 필자의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논문인 “계속적 공급계약과 그 종료에 관한 계약법적 고찰 – 유통계약을 중심으로 –”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계속적 계약이 활용되고 있고, 특히 상거래에서 중요한 계약들은 일시적 또는 일회적인 계약보다는 장기간 계약상 의무이행이 수반되는 계속적 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플랫폼 거래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계약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계약일수록 장기 계약이 결부될 수 있다. 계속적 계약은 체결 단계부터 그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이 계약관계를 종료하는 때에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대두된다.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유통계약 등의 계속적 계약과 관련된 많은 분쟁들을 경험하였는데, 여기에는 기존의 계약법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계약상 해지조항이나 채무불이행에 근거하는 등의 일반적인 해지 사유 외에도 계약의 존속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정해진 계약기간 등 계약상 명시적인 종료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채무불이행 등이 있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하는 것도 일시적 계약에 비하여 까다로운 면이 있고, 그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거래에서 활용되는 빈도나 범위에 비하여 계속적 계약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여, 실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적인 전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정이 그러하다 보니, 법리를 다투기보다는 당사자들의 합의로서 분쟁을 종결하도록 하는 예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관련 법리의 발전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물론 여러 유통계약에 대하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비롯하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서 규제를 하고 있고, 실무에서는 계약의 종료 시 이 규정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계약의 해지가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거래거절이나 그 외에 불공정한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계약의 해지 사유가 법률상 제한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계약 종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중요하게 기능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를 검토하기에 앞서, 이들 계약을 계약법의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유통계약은 계속적 계약 중에서도 계속적 공급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계약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해결하는 보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을 제공하며, 향후 계속적 계약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유통계약을 비롯한 개별 계약에 대한 바람직한 규제를 위해서도, 계속적 공급계약의 계약상 내용과 그 특수성을 탐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계속적 계약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양태로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에 대한 계약법적 검토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 논문은 실무에서부터 가졌던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그 시작점을 유통계약을 중심으로 한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를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였다. 향후 이를 바탕으로 계속적 계약에 관한 다른 주제들에 대하여 연구를 계속하고자 한다.
이 주제는 선행연구가 별로 없는 분야라 참고할 만한 문헌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고, 기존에 필자가 실무가로서 10년 넘게 지내면서 실제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깊이 있게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에는 서투른 면이 있었으므로, 여러 시행착오를 쳐서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학위논문의 지도교수이신 윤진수 교수님은 학부 시절부터 큰 가르침을 주셨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족한 제자를 받아주시어 논문에 대한 여러 조언을 해 주셨다. 또한 김재형 교수님은 이 논문을 쓰기 직전에 대법관이 되셨는데, 석사 때부터 교수님의 지도제자로 학문적인 것은 물론, 학문 외적인 것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학자의 길을 가기까지 늘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논문심사 과정에서 날카롭고 귀한 의견을 주셨던 권영준 교수님, 김형석 교수님, 이동진 교수님, 한양대학교 이준형 교수님께도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부족한 논문이 조금이라도 읽을 만한 것이 되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이분들 덕분이다. 필자는 이 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교수의 길을 가게 되었는데, 이처럼 본받고 싶은 스승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한결같은 믿음으로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이 논문을 쓰는 내내 토론 상대가 되어 주고 주말 육아를 도맡으며 실질적인 도움을 준 남편 김한규, 늘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두 딸 시우, 서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0년 12월
장보은
<목차>
제1장 서 론
제1절 문제의 제기
제2절 연구의 대상과 방법
Ⅰ. 연구 대상
Ⅱ. 연구 방법
제2장 계속적 공급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제1절 계속적 공급계약의 의의
Ⅰ. 학설의 논의
1. 계속적 계약
2. 계속적 공급계약
3. 국내 논의의 배경: 독일법
Ⅱ. 판례의 태도
1. 계속적 계약
2. 계속적 공급계약
Ⅲ. 검토
1. 계속적 공급계약의 개념
2. 계속적 공급계약의 특징
제2절 계속적 공급계약의 계약법적 성질
Ⅰ. 계속적 공급계약의 사회적 작용
1. 유통계약의 등장 및 체결 동기
2. 거래 관계의 전개
Ⅱ. 계속적 공급계약의 법적 성질
제3절 계속적 공급계약에 대한 구조적 접근
Ⅰ. 이중적 계약구조의 인식
1. 국내 논의
2. 비교법적 검토
3. 검토
Ⅱ. 이중적 계약구조에 기초한 계속적 공급계약의 법적 성질
1. 기본계약과 개별계약
2. 기본계약과 개별계약의 관계
Ⅲ. 개별계약 체결 의무
1. 학설의 논의
2. 판례의 태도
3. 검토
제4절 관계적 계약으로서 계속적 공급계약
Ⅰ. 관계적 계약이론
1. 관계적 계약이론의 문제 의식과 계약에 대한 시각
2. 관계적 계약
3. 계약규범
Ⅱ. 계속적 공급계약에의 시사점
1. 계속적 공급계약에 대한 이해
2. 계약의 내재적 규범과 신의칙
3. 구체적 사안에서의 신의칙 적용
제5절 소결
제3장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사유
제1절 계약의 종료 사유
Ⅰ. 존속기간과 관련된 종료 사유
1. 존속기간의 만료와 갱신거절
2.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Ⅱ. 존속기간 중 해지 사유의 발생 – 법정해지권
1. 해지 사유의 구분 및 법정해지 사유
2. 채무불이행에 기한 해지권 인정 여부
3. 민법개정안의 검토
4. 계속적 공급계약에 관한 쟁점
Ⅲ. 존속기간 중 해지 사유의 발생 – 약정해지권
1. 해지 사유의 약정
2. 약정해지권의 분류
제2절 종료 사유의 확대
Ⅰ. 추가적인 종료 사유의 필요성
1. 계속적 공급계약의 특수성
2. 추가적인 종료 사유 인정의 근거
3. 해지 사유 유형화의 의의
Ⅱ. 현저한 사정변경
1. 학설의 논의
2. 판례의 태도
3. 민법개정안의 검토
4. 계속적 공급계약에의 적용
Ⅲ.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
1. 학설의 논의
2. 판례의 태도
3. 민법개정안의 검토
4. 계속적 공급계약에의 적용
제3절 소결
제4장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
제1절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에 관한 국내 논의
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에 의한 제한
1. 약관법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2. 관련 판례
Ⅱ. 공정거래법에 의한 제한
1. 공정거래법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2.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사법상 효력
3. 기타의 거래거절 관련 판례
Ⅲ. 계약법에 의한 제한
1. 계약법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2. 관련 판례
제2절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Ⅰ. 독일법
1.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사유
2. 약관법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3. 경쟁제한방지법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4. 투자보상청구(Investitionsersatzanspruch)에 관한 논의
5. 계약의 갱신거절에 대한 제한
Ⅱ. 영미법
1. 장기 공급계약에 관한 논의
2. 신의칙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3. 투자회수 법리(Recoupment Doctrine)에 의한 계약 종료의 제한
Ⅲ. 일본법
1.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사유와 그 제한
2.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에 관한 판례의 변천
3.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에 관한 학설의 논의
제3절 계약법에 근거한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
Ⅰ.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제한
1. 제한의 필요성
2. 제한의 근거
3. 제한의 태양
Ⅱ. 종료 유형별 검토
1. 존속기간 만료 후 갱신 거절
2.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해지
3. 임의해지
제4절 소결
제5장 계속적 공급계약 종료의 효과
제1절 계속적 공급계약의 청산
Ⅰ. 기본계약에 대한 효과
1. 비소급효 또는 장래효의 의미
2. 계약관계의 청산
3. 새로운 권리의무 관계의 형성
Ⅱ. 기존 개별계약에 대한 효과
1. 기존 개별계약의 유효성
2. 재고의 처리
제2절 계약의 종료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Ⅰ. 계약의 종료와 손해배상책임
Ⅱ. 손해배상 산정에 관한 쟁점
1. 계속적 공급계약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2. 관련 판례의 검토
3.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와 손해배상
Ⅲ. 종료 유형별 검토
1. 존속기간의 만료 또는 임의해지
2. 채무불이행, 약정해지 및 중대한 사정에 의한 계약 종료
3. 계약 종료의 제한의 유형으로서 손해배상
제3절 계속적 공급계약의 종료 시 보상청구권의 인정 여부
Ⅰ. 계약의 종료와 보상청구권의 문제
Ⅱ. 대리상의 보상청구권의 법적 성질
1. 대리상 계약과 보상청구권의 의미
2. 보상청구권의 법적 성질
Ⅲ. 대리상 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
1. 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 가능성
2. 기존의 논의 상황
3. 관련 판례의 태도
4. 검토
Ⅳ. 보상청구권 유추적용의 요건 및 효과
1. 보상청구권의 인정 요건
2. 보상청구권의 행사
3. 보상청구권의 사전 배제 가능성
제4절 소결
제6장 결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