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오판 또는 심급간에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 사건들의 특징과 판단 오류·차이를 빚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명을 위하여 실증분석을 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1심 유죄판결이 후일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바뀐 실제 강력범죄 재판사례 540건을 대상으로 하여 실증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분석결과, 심급간 차이를 보인 가장 주된 요인은 판단자들 사이에서 취약한 유죄증거에 대한 감지능력의 편차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증거유형은 허위자백, 공범의 허위자백, 피해자 또는 목격자의 오인 지목진술, 피해자 허위진술 또는 피해오인진술, 과학적 증거의 오류, 정황증거 등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감지능력 차이를 판단자에게 내재해 있는 심적 한계인 터널비전(Tunnel Vision) 때문에 연유한 것으로 보았다. 최근의 국내외 실증연구들에 의하면 판사들도 인간인 한에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에 일반인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인지적 착각과 실수를 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상황에서 인지적 착각과 터널비전 때문에 질 낮은 증거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판단을 그르칠 위험성이 있다. 재판현장 상황과 경험은 판사들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에 관한 증명도를 완화시키고 유죄편향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암묵적 편향에 관한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일단 무의식적으로 심어진 편향성은 개인의 의식적 노력만으로는 잘 극복될 수 없다는 분석이 있다. 판사들의 경우에도 직업적 경험과정에서 혹여 갖게 된 편향성이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판단에 개입하는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합리적 의심의 수용태도에 관한 편차 분석, 암묵적 유죄 편향성의 정도와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관한 경험적 연구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필자가 2013년 2월에 취득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박사학위논문인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 관한 연구-항소심의 파기자판 사례들을 중심으로-”를 재편집한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선생님들의 학은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지도교수님이신 한인섭 교수님의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지도가 없었다면 이 연구서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학문의 길의 의미에 관하여 깊은 가르침을 주신 신동운 교수님, 형사법 이론에 대한 성찰로 생각의 깊이를 더해 주신 이용식 교수님, 늘 변함없는 조언과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 주신 이상원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법심리학이라는 학문분야에 관하여 눈을 뜨게 하여 오늘의 필자를 만들어주신 박광배 교수님의 은혜는 필설로 다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박사학위 과정의 이수와 논문 작성의 모든 측면에서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이기수 박사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법학연구총서로 출판을 허용해 주신 송석윤 법학연구소 소장님, 출판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한정희 사장님과 신학태 편집부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지난 십수 년간 형사사법개혁과 재판실무의 발전을 위하여 연구에 공동으로 매진해 온 여러 동료 선후배 재판 실무가들의 진지한 노력이야말로 이 책의 초석이 되었음을 밝히고 싶다. 이들의 열망이 결실을 맺어 한국 형사사법제도가 선진국의 면모에 걸맞은 모습으로 발전되기를 소망한다.

2013년 11월 서초동에서

김 상 준

<목 차>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의 문제의식 

제2절 연구의 목적과 실천적 의미 

제3절 연구범위와 내용 

제2장 오판 현상에 관한 기존 실증 연구

제1절 서론 

제2절 기존의 우리나라 실증 연구 

제3절 미국의 오판 실태와 기존의 오판연구 

제4절 선행연구 검토를 통한 시사점 요약 

제3장 항소심 무죄판결에 대한 실증적 분석

제1절 서론 

제2절 분석 내용 및 결과-양적 분석 

제3절 분석 결과 요약 

제4장 법관의 사실인식과 편향의 문제

제1절 서론 

제2절 사실인정 판례법리의 발전적 전개 

제3절 무죄추정에 대한 인식과 유죄 편향성 

제4절 요약 

제5장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