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학술총서

3 중도의 정치 미국 헌법 제정사_표지.jpg






<머리말>

 

  미국 헌법은 오늘날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성문헌법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이다. 1787년에 제정된 이후 이 헌법은 200년이 넘게 미국의 국가기본법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수정조항을 통해서 본문의 일부 조항이 수정되거나 사문화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독특하다. 미국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위기가 영국과의 독립전쟁이 끝난 이래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 수십 명의 지도자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787년에 필라델피아에서 모여, 수개월 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 헌법을 탄생시켰다. 헌법 제정 당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13개 공화국이 연합헌장 아래 모여서 하나의 연합을 이루고 있었다. 이 국가연합 체제는 서류상으로는 하나의 정부지만 구조와 기능에 있어 주권을 지닌 13'나라'(state)의 동맹에 불과했다. 이들 13'나라'들은 제각기 헌법을 지니고, 그에 따른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어 독립국가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의 연합으로는 미국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믿은, 이들 각 나라의 대표들은 보다 강력한 중앙정부를 수립하기로 했고, 그 결과 연방제에 기초한 미국 헌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연방제는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헌법이 제정되던 1780년대에는 국가연합과 단일국가, 이 두 가지 국가 형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연합은 독립적인 개별 정부들의 연합 또는 동맹으로서, 국가연합 정부는 인민에게 직접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정부에 작동하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단일국가의 정부는 인민에게 직접 작동했다. 만일 미국이 보다 강력한 중앙정부를 가지려면 현재의 연합체제를 끝내고 완전한 단일국가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개별 '나라들은 단순한 행정단위로 전락해서 아무런 주권도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헌법을 기초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영국 정부의 전횡으로부터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그들은 중앙의 권위가 지나치게 강력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게다가 개별 '나라'정부야말로 인민의 권리의 보루이며, 적절한 통치단위라는 믿음이 적잖이 존재했다. 중앙정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개별 나라정부의 권위도 보존하기 위해서 헌법기초자들은 기존의 국가연합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일국가도 아닌 제3의 국가 형태, 즉 연방국가를 만들어 냈다. 다시 말해서 헌법기초자들은 국가연합과 단일국가라는 양극단을 모두 피하고 연방국가라는 中道를 택했던 것이다. 이처럼 헌법을 기초한 사람들은 아무런 전례도 없는 상황에서 연방제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체제를 창안해 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헌법기초자들이 정치이론가라기보다는 현실정치가였기 때문이다. 헌법기초자들은 미국혁명 및 혁명전쟁을 거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깨우치고 있었다. 그들은 또한 인간의 본성을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간본성에 대한 사실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그들은 새로우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정치체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또한 미국 헌법의 제정은 '회의'(convention)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이처럼 '회의'라는 합리적 방식을 통해 헌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른 정치체제를 구성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는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해서 해결방안을 찾아 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중심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즉 미국에는 미래를 준비한 사람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북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해 우리는 6·15 공동선언을 통해 '남측의 연합제안''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 이것을 통일의 방향으로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통일논의는 별 진전이 없고,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保革의 이념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른 부문에서도 우리 사회는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극심한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 내에서 중도파 지식인이 설 자리가 없어져 가는 오늘날의 세태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지니고 뜻을 세워 실천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그 가운데서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지식인의 몫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함께 미래의 비전을 만들고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여 년 전 미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사회 내에서 中道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 책을 펴내는 데 여러 분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다. 아마 그분들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부족한 이 글을 법학학술총서로 선뜻 펴낼 수 있게 해 주신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의 최대권 소장님,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지도교수로서 항상 성심을 다해 필자를 이끌어 주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의 배영수 선생님, 제자를 자식처럼 여기시어 늘 격려와 조언을 베풀어 주신 이보형 선생님과 이주영 선생님께 지면을 빌어 평소에 못다 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내가 부렸던 짜증을 받아 내느라 힘들었을 나의 남편과 두 아들에게도 이 기회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법학자인 남편은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최고의 조언자였다. 친정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말씀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바쁜 딸을 위해 살림을 도맡아 해주신 어머니가 계셨기에 이 글을 쓸 엄두를 낼 수 있었다.

  끝으로 편집과 출판을 맡아 수고해 주신 서울대출판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탈고는 늦게 했으면서 출판은 빨리 해달라는 필자의 조급증에 대해서 아무런 불평도 없이 부지런히 책을 만들어 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처럼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충고가 있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20018월 

정경희

 

 

 

 

<목 차>

 

1장 미국 헌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들

 

2장 연방(Union)의 위기


1. 연합(Confederation)의 재정적 위기

2. 연합의 취약성

3. ‘나라’(state)정치의 폐해

4. 헌정개혁안의 구상

 

3장 헌법의 起草 - 제헌회의


1. 대타협 이전

2. 대타협 이후

 

4장 헌법의 옹호 - 연방주의자 집필


1. 광역공화국론

2. 헌법의 공화주의적 성격

3. 단일국가적이면서 연방적인 정부

4. 권력의 분립

 

5장 헌법의 비준 - 버지니아 비준회의


1. 헌법의 일반적 원리에 관한 논의

2. 버지니아의 이해관계에 관한 논의

 

6장 헌법의 보완 권리장전의 제정


1. 권리장전에 대한 반대

2. 권리장전의 수용

3. 권리장전에 대한 이론적지지

4. 권리장전의 제정을 위한 노력

 

7장 미국 헌법 제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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